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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는 밤하늘의 달을 보며 상상에 빠지곤 했습니다. 손톱처럼 가느다란 초승달이 어떻게 둥근 보름달로 변하는 걸까? 혹시 거대한 무언가가 달을 가리는 것은 아닐까? 혹은 달 자체가 고무공처럼 부풀었다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이 신비로운 변화는 인류의 오랜 상상력을 자극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비밀은 달 자체의 변화가 아닌, 태양, 지구, 달이라는 세 천체가 펼치는 거대한 우주적 왈츠에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이 아름다운 춤의 원리를 이해하고, 매일 밤 우리를 찾아오는 달의 다양한 얼굴들을 제대로 불러주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1부: 모든 변화의 시작, 3가지 기본 원리
달의 위상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딱 세 가지의 대전제를 먼저 기억해야 합니다.
-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다.
달은 항성이 아닌 위성입니다. 즉, 스스로 빛을 내는 '전구'가 아니라, 태양 빛을 반사하는 거대한 '반사판' 또는 '거울'과 같습니다. 우리가 보는 달빛은 사실 햇빛입니다. - 달은 언제나 절반만 빛나고 있다.
공 모양의 달은 어느 순간에 보아도 태양 빛을 받는 쪽 절반(낮)과 빛을 받지 못하는 쪽 절반(밤)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지구와 똑같습니다. 우리가 보는 달의 모양이 변하는 것은, 이 '빛나는 절반'을 우리가 지구에서 어떤 각도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달은 지구 주위를 공전한다.
이것이 가장 핵심적인 원리입니다. 달은 약 27.3일에 한 바퀴씩 지구 주위를 돕니다. 달이 공전하며 위치를 바꾸기 때문에, 지구에서 달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점(Viewing angle) 역시 계속해서 변하게 됩니다.
2부: 달의 8가지 얼굴 - 위상 변화의 대서사시
이 세 가지 원리를 조합하면, 약 한 달(정확히는 29.5일)을 주기로 반복되는 달의 8가지 위상 변화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태양 → 지구 → 달의 위치 관계를 상상하며 따라오세요)
- 삭 (朔, New Moon)
- 위치: 태양 - 달 - 지구 (일직선)
- 모습: 달의 어두운 밤 쪽(불 꺼진 반쪽)을 바라보게 되므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태양과 같은 방향에 있어 낮에 뜨고 낮에 집니다.
- 초승달 (Waxing Crescent)
- 위치: 삭에서 조금 더 공전한 상태.
- 모습: 달의 오른쪽(서쪽 하늘) 부분이 아주 가느다란 손톱 모양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차오르는(Waxing)' 달의 시작이며, 해가 진 직후 서쪽 하늘에서 잠시 볼 수 있습니다.
- 상현달 (上弦, First Quarter)
- 위치: 태양 - 지구 - 달이 90° 각도를 이룸.
- 모습: 오른쪽 절반이 환하게 빛나는 반달의 모습입니다. '현(弦)'은 활시위를 뜻하는데, 오른쪽이 직선인 모습이 활시위 같다고 하여 상현달이라 부릅니다. 주로 한낮에 떠서 자정 무렵에 집니다.
- 차오르는 볼록달 (Waxing Gibbous)
- 위치: 상현달과 보름달 사이.
- 모습: 반달보다 크고 보름달보다 작은, 둥그스름하고 볼록한 모양입니다. 저녁에 동쪽 하늘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망 (望, Full Moon / 보름달)
- 위치: 태양 - 지구 - 달 (일직선)
- 모습: 지구에서 달의 빛나는 낮 쪽(불 켜진 반쪽)을 정면으로 마주 보게 되므로, 완벽하게 둥근 모습으로 보입니다. 해가 질 때 동쪽에서 떠서, 해가 뜰 때 서쪽으로 집니다.
- 기울어가는 볼록달 (Waning Gibbous)
- 위치: 보름달과 하현달 사이.
- 모습: 보름달의 오른쪽부터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기울어가는(Waning)' 달의 시작입니다.
- 하현달 (下弦, Third Quarter / Last Quarter)
- 위치: 태양 - 지구 - 달이 다시 90° 각도를 이룸.
- 모습: 왼쪽 절반이 환하게 빛나는 반달의 모습입니다. 왼쪽이 직선인 모습이 활시위 같다고 하여 하현달이라 부릅니다. 주로 자정 무렵에 떠서 다음 날 한낮에 집니다.
- 그믐달 (Waning Crescent)
- 위치: 하현달과 삭 사이.
- 모습: 동트기 직전, 동쪽 하늘에서 왼쪽 부분이 아주 가느다란 손톱 모양으로 잠시 보입니다. 이내 곧 다음 위상인 '삭'으로 돌아가며 한 주기가 끝납니다.
3부: 달에 대한 깊은 궁금증 - Q&A
Q1: 왜 반달을 '하프문(Half Moon)'이 아니라 '쿼터문(Quarter Moon)'이라고 부르나요?
이는 매우 흔한 질문입니다. '쿼터(Quarter)'라는 명칭은 달의 '모양(1/2)'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달의 전체 공전 주기(약 29.5일) 중 '시간의 경과(1/4)'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 상현달(First Quarter): 달이 전체 공전 궤도의 1/4 지점을 통과했을 때 보이는 달.
- 하현달(Third Quarter): 달이 전체 공전 궤도의 3/4 지점을 통과했을 때 보이는 달.
Q2: '달의 어두운 뒷면(The Dark Side of the Moon)'은 정말 항상 어두운가요?
이것은 대중문화가 만든 가장 유명한 오해입니다. 정답은 "아니요"입니다.
- '어두운 뒷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뒷면(Far Side)': 우리는 지구에서 항상 달의 같은 면만 봅니다. 이는 달의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약 27.3일로 똑같아 발생하는 '동주기 자전(Synchronous Rotation)' 현상 때문입니다.
- 뒷면에도 낮은 찾아온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달의 뒷면 역시 태양 빛을 받습니다. 우리가 '삭(New Moon)'일 때, 지구에서는 달의 어두운 면을 보지만, 달의 뒷면은 태양 빛을 정면으로 받는 환한 '보름낮' 상태가 됩니다. 즉, '항상 어두운 곳'은 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론: 밤하늘의 정밀한 시계
달의 변화는 그 자체의 변덕이 아니라, 태양 빛 아래 지구 주위를 묵묵히 맴도는 천문학적 규칙성의 증거입니다.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다시 그믐달로 이어지는 이 끝없는 순환은 밤하늘에 떠 있는 거대하고 정밀한 시계와도 같습니다.
오늘 밤, 창밖의 달을 한번 올려다보세요. 그 모양을 보고 지금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이 우주 공간 어디쯤에서 어떤 관계로 춤을 추고 있는지 상상해 보세요. 매일 밤의 익숙했던 풍경이 138억 년 우주의 장대한 법칙을 보여주는 경이로운 무대로 느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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