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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화성에 보낸 탐사선은 많았지만,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인내)'라는 이름만큼 그 임무의 본질을 잘 설명하는 이름은 없었을 것입니다. 2021년 2월, '공포의 7분'이라 불리는 아슬아슬한 착륙을 이겨내고 화성 땅에 안착한 이 SUV 크기의 로봇 지질학자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질문 중 하나에 답하기 위한 위대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주에 홀로 존재하는가?"
퍼서비어런스의 임무는 단순히 화성에 물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수십억 년 전 그 물속에 살았을지도 모르는 '고대 생명체의 흔적(Biosignature)'을 직접 찾아내는 것입니다.
오늘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붉은 행성의 먼지를 가르며 나아가고 있는 이 끈질긴 탐험가가 보내온 가장 흥미로운 최신 발견들과, 화성의 하늘을 최초로 날아오른 놀라운 동반자 '인저뉴어티'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1부: 왜 '예제로 충돌구'인가? - 가장 완벽한 탐사 장소
퍼서비어런스의 임무 성공 여부는 착륙지 선정에 달려있었습니다. 수많은 후보지 중 NASA가 선택한 곳은 바로 '예제로(Jezero) 충돌구'입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명백합니다.
- 고대 호수와 삼각주의 명백한 증거: 위성 사진 분석 결과, 예제로 충돌구는 약 35억 년 전 거대한 강물이 유입되어 형성된 호수였음이 확실시되었습니다. 특히, 강물이 호수와 만나며 흙과 모래를 쌓아 만든 부채꼴 모양의 '삼각주(Delta)' 지형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 생명의 흔적이 보존될 최적의 장소: 지구에서도 삼각주 지역은 강물이 상류에서부터 온갖 유기물과 퇴적물을 운반해와 쌓아놓는 곳입니다. 만약 과거 화성에 미생물이 존재했다면, 그 흔적이 이 삼각주 지역의 진흙 퇴적암 속에 화석처럼 보존되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퍼서비어런스는 바로 이 '보물 지도'를 손에 쥐고 탐사를 시작한 셈입니다.
2부: 퍼서비어런스의 최신 발견 - 생명의 조각을 찾아서
퍼서비어런스는 최첨단 과학 장비를 이용해 암석을 분석하고, 가장 흥미로운 암석의 코어 샘플을 채취하여 티타늄 튜브에 봉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발견 1: 유기 분자의 발견 (생명의 구성 요소)
퍼서비어런스는 '셜록(SHERLOC)'이라는 장비를 이용해 삼각주 지역의 여러 암석에서 다양한 종류의 '유기 분자(Organic Molecules)'를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유기 분자는 탄소를 포함하는 화합물로,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벽돌과도 같습니다. 물론 유기 분자는 생명 활동 없이도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지만, 생명의 흔적을 찾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 발견된 것입니다.
- '와일드캣 릿지'의 진흙암: 특히 '와일드캣 릿지'라는 이름의 암석에서 발견된 유기 분자는 황산염 광물과 섞여 있었는데, 이는 물이 증발하며 유기물이 광물과 함께 농축되어 보존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여 과학자들을 흥분시키고 있습니다.
- 발견 2: 과거 물의 흐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
로버에 장착된 지표투과레이더 '림팩스(RIMFAX)'를 이용해 삼각주 지층 아래를 분석한 결과, 예상했던 대로 강물에 의해 퇴적물이 층층이 쌓인 구조를 명확하게 확인했습니다. 이는 예제로 충돌구가 짧게 물이 고였다 사라진 웅덩이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물이 흐르고 퇴적 작용이 일어났던 안정적인 호수 환경이었음을 증명합니다.
3부: 화성의 라이트 형제, 헬리콥터 '인저뉴어티(Ingenuity)'
퍼서비어런스의 임무에는 인류의 꿈을 실현한 특별한 동반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소형 로봇 헬리콥터 '인저뉴어티(Ingenuity, 독창성)'입니다.
- 불가능에의 도전: 지구 대기의 1%밖에 되지 않는 희박한 화성 공기 속에서 동력을 이용해 비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졌습니다. 인저뉴어티의 임무는 단지 5번의 시험 비행을 통해 화성에서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기술 실증 임무였습니다.
- 예상을 뛰어넘은 대성공: 2021년 4월 19일, 인저뉴어티는 인류가 다른 행성에서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의 순간'을 만들어냈습니다. 이후 인저뉴어티는 예상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주며, 무려 72번의 비행을 통해 100분 이상 하늘에 머물렀습니다.
- 탐사의 새로운 눈: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인저뉴어티는 퍼서비어런스가 가야 할 길을 미리 정찰하고, 로버가 접근하기 어려운 지형을 항공 촬영하는 '정찰병'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며 미래 화성 탐사의 패러다임을 바꾸었습니다. (2024년 1월, 착륙 중 로터 손상으로 임무 공식 종료)
결론: 지구로 돌아올 그 날을 기다리는 타임캡슐
퍼서비어런스가 발견한 유기 분자가 진짜 생명의 흔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최종 판결은 화성에서는 내릴 수 없습니다. 그 답을 얻기 위해서는,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하여 화성 표면 곳곳에 남겨둔 30여 개의 샘플 튜브를 지구로 가져와 최첨단 실험실에서 분석해야만 합니다.
이 위대한 과업이 바로 인류 역사상 가장 야심 찬 프로젝트, '마스 샘플 리턴(Mars Sample Return)' 미션입니다. 비록 기술적, 예산적 난관에 부딪혀 있지만, 언젠가 이 작은 타임캡슐들이 지구로 돌아와 그 속의 비밀을 드러내는 날, 우리는 마침내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에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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